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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뮤지컬

뮤지컬 더 라스트키스의 줄거리 19세기 비엔나의 사회문화, 거기에 헝가리판을 끼얹은

by 헝뮤아카이브 2022.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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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와일드혼

오랜만에 엘리자벳 얘기 좀 길게 하면서 자료 찾다가 같은 시대, 엘리자벳의 스물여덟 골칫거리 금쪽같은 아들놈을 다루는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구 황태자 루돌프)를 구질구질하게 앓는 주기가 또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엘리자벳과 루돌프 모자를 다루는 두 뮤지컬은 19세기의 비엔나를 다루지만 역사적 배경은 조금 다릅니다. 씨씨의 성장부터 죽음까지를 보여주는 '엘리자벳'은 1850년부터 1898년까지의 오스트리아가 배경입니다. 요제프의 즉위 이후 천천히 침몰하던 합스부르크 왕가와 격변하던 빈의 정세를 보여준다면, '더 라스트 키스'에서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황금시기였던 1888~1889년을 다룹니다.
초연 더라키에 참여했던 배우(a.k.a 시집까지 낸 S모 배우. 그치만 넌 뮤배잖아)가 인터뷰에서 이 극은 '안에서부터 일그러진 매혹'이라고 소개한 적 있는데요. 더라키의 배경이 되는 1888년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싶습니다.

엘리자벳의 2막에선 황실의 아웃사이더로 전유럽을 떠돌던 씨씨였기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상황보다 엘리자벳의 삶에 더 집중합니다. 반면 '더 라스트 키스'에선 루돌프가 죽기 전 1888~1889년 빈을 배경으로 당시의 시대상, 국내외 정치와 헝가리의 독립을 자세히 다룹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대립(진보vs보수 / 귀족 vs 노동자 / 독일인 vs 헝가리인) 도 포함해서요.

그래서 적어보는 19세기, 정확히는 뮤지컬 배경인 1880년대의 비엔나 썰과 헝가리판 더 라스트키스의 삭제된 나레이터를 추모하는 글. 여전히 신빙성은 서프라이즈의 썰 정도로 가볍게 읽으시면 됩니다.


이 포스트에선 더라키 줄거리 많이 안다루고 헝가리판만 얘기한다고 미리 스포일러 드립니다. 제목을 저 따위로 적은 이유는 검색어에 걸리기 위해서지요. 얻어걸린 키워드 영업이라도 하고싶은 게 마이너의 솔찍한 심정 아닙니까.




1.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기원


이부분은 예전 홈페이지에서 좀 자세히 적은 적이 있어요(링크). 이 때도 발작처럼 나레이터 앓던 시기가 찾아와서. 200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극장에서 첫공한 이래로 전세계에서 공연되었습니다. 그런데 헝가리에선 망했는지 소리소문없이 아랫동네 페치극장에 판권 팔리고 09년 이후 소식도 없음.

(직접촬영) 2017년 공연장에서 플북산 뒤 페치가 부다페로 탈바꿈된 사진보고 눈 튀어나올 뻔.

2017년 더 라스트 키스 플북. 공식에서 차마 망했다고 할 순 없겠지만 저 공연사진은 부다페가 아니라 페치극장 공연인뎁쇼. 하지만 옆에 도쿄도 토키오도 독어권발음쓴 거 보면 그러려니 해여지



초연 당시엔 헝가리에서도 호불호도 갈렸나봐요. '브로드웨이의 흑사병같은 와일드혼이 상륙했다!' 부터
(단말마같은 저 후기, 나라는 다를지언정 늘 가슴깊게 동감하고 있습니다.)

'루돌프를 봤다.
내 잘못이다.
조국의 역사와 가치를 느끼고 싶었다.
시발 존나 로맨스였고 허울뿐인 왕자가 헬렐레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오 난 오랫동안 긴 쓰레기를 보았어.'

...어우 필터링없는 진실의 후기. 이렇게 역사극을 기대했는데 사랑 얘기가 너무 과하다는 후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헝가리 사람들은 모두까기 나레이터마저 사라지고 진짜 황태자의 연애스토리극으로 바뀐다는 걸 몰랐었겠지...



독어판 내 손안의 세상 장면. 어우 독일오페라 느낌난다


아마 해외 버전에서 많이 보셨던 건 드류가 슬슬 이마선이 넓어져서 안타까웠던 2009년 빈 라이문트 극장에서 올린 dvd판일텐데요. 헝가리 초연과 일본 제국극장 초연 이후 데이빗 루보가 많이 뜯어고친 버전입니다. 넓은 본무대 안에 회전무대와 좌우로 쳐진 벽들은 가부키 무대연출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붉은 벨벳상자 안에 있는 화려한 인형들의 인형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무대를 극장이라는 컨셉을 잡은 이유는 비엔나의 꾸며낸 화려함이 마치 무대같다는 것도 있겠지만, 원작소설에도 등장하던 나레이터가 끊임없이 던지는 주제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극은 거짓된 거대한 그림' 이라며 말과 행동으로 관객들에게 꾸준히 상기시키던 나레이터가 빈판에서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무대연출을 통해 비엔나의 환상 속 인형극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과 관련된 얘기는 더 길어지니 아래에 더 풀고.





2.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원작

표지가 구리니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던 소설. 영판 원제는 Nervous Splendor 불안한 광채와 Thunder at Twilight 황혼기의 천둥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구 황태자 루돌프)에는 놀랍게도 원작이 있습니다. 프레데릭 모턴의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원제 : < A Nervous Splendor 불안한 광채 : 비엔나 1888-1889>)'와 '석양 녘의 왈츠(Thunder at Twilight 황혼기의 천둥 비엔나 1913-1914)'인데요. 오,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모두의 지능을 원작 미사미사보다도 더 낮췄길래 원작은 신경도 안쓰는 줄!

루돌프 다음 황태자였던 페르디난트가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석양 녘의 왈츠'까지 포함한 건 뮤돌프가 루돌프+페르디난트의 삶에서 좋은 부분만 적당히 따온 이야기라서. 루돌프와 달리 페르디난트는 소설속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내부의 타민족과의 화합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던 진보적인 인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보수적인 요제프와 늘 충동을 일으켰고. 또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낮은 신분(그래도 백작가 딸이었지만)이었던 아내와 연애결혼을 밀어붙였거든요.


원작이 되는 소설은 루돌프와 마리의 러브스토리 보다는 그 두 사람이 살았던 상황 위주를 담담하게 다룹니다. 대극장뮤에서 시작 후 30분이 지나서야 두 주인공이 만나는 경우는 대체 무슨 경우인가 했는데(헝판 기준) 원작이 마리와 루돌프를 180페이지에 만나게 하는 경우라 그랬군요.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원작소설은 꿈이 망가지던 시대에 위대함을 추구하던 이들과 허영으로 몰락하는 빈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황가의 장엄함에 눈멀어 환상 속을 살아가던 비엔나 시민들의 이야기 외에도 당시 비엔나에 있던 프로이트, 클림트, 히틀러 등의 역사적 인물들을 조명하면서요.

읽다보면 와일드혼은 초연 더라키의 시니컬함을 원작에서 많이 가져온 거 같습니다. 목적없는 삶에 불안하지만 군주의 장엄함 때문에 환상에 기대어 삶을 극처럼 살던 시대를 담으면서요. 빈판에는 초반부터 음울한 분위기가 도사리나, 헝판 특징인 1막은 희극! 2막은 비극! 으로 진행해서 의외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도 강하고요.
그런데 정작 세계 초연에선 이게뭐여? 역사극인줄 알았는데 황태자가 헬레레 사랑에 빠지네!흑사병같은 와일드혼! 욕이나 먹고... 그렇게 욕먹고 아예 역사 내용은 쳐내서 러브스토리극으로 가고....



3. 19세기의 비엔나식 농담과 왈츠



헝가리판에만 있던 나레이터

위에 시집냈다던 s모배우...이자 헝엘리에선 초록마귀 죽음을 맡으신 분

초연에 있던 뮤지컬 루돌프의 나레이터인 '파이퍼 Pfeiffer'는 특징없이 구설수같은 존재입니다. 옆동네 루케니는 그나마 엘리자벳의 암살범이라는 실제 인물의 껍데기가 있는데 얜 옷도 신문 조각 맞춘 것 같은 데다가 종잡을 수도 없습니다. 예전에 우리 동네에 그런 사람이 있었지 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이름은 기억 못하고 외양도 기억나지 않는 그런 인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원작 소설에서 정말 그런 분위기로 나올 줄은.

파이퍼 더블캐스팅이었던 졸탄. 롬쥴 머큐시오 등 저주받은 주둥아리 털던 역할 다수


나레이터인 파이퍼의 극 중 직업은 떠돌이 인형사입니다. 그러나 극 중에서 라리쉬와 거래했던 정보상이란 암시가 나오고, 떠돌이 인형극 외에도 운세를 점치거나 신문 읽어주면서 민중을 선동하는 걸 보면 얘도 루케니처럼 알바천국 지옥에서 올라운 주둥아리의 나레이터과입니다.


위쪽 3번째칸은 요제프 아니라 독일황제 빌헬름. 그래서 빌헬름과 요제프 인형으로 근친키스까지 시킴


원작소설에서는 '새들의 왕 파이퍼'라며 앵무새로 길거리 공연하는 예술가였습니다만, 알차게 루돌프랑 마리인형까지 챙기던 저주받은 주둥아리 나레이터로 바뀐 까닭은 전체적인 스토리를 인형극처럼 보여주기 위해서 아니었나 싶습니다. 겸사겸사 합스부르크 왕가도 까고.
엘리자벳 라센 초연 '결혼의 정거장들' 장면에서 루케니가 진행했던 인형극처럼요.

중간중간 어그로 끌면서 춤도 추는 나레이터


더라키에서 타페가 루돌프의 정치적 감시자, 라리쉬는 사랑의 감시자라면 파이퍼는 운명의 감시자와 같습니다. 이야기를 소개하는 척 하지만 인물들이 극의 흐름대로 움직이도록 인형사의 모습으로 교묘히 뒤에서 움직이거나 선동합니다.
루케니와 달리 모든 등장인물들이 그를 알고 있는데요, 극 내부의 인간이면서도 동시에 홀로 극 외부에서 서서 냉소를 담아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다시 생각해도 신기한 인물이에요. 메타와 나레이터에 환장하는 인간이라 얘에게 멱살잡혀 헝뮤만 몇 년째 파는지....

이건 패치 공연


아, 부다페에서 망하고 판권 팔렸던 페치 더라키 버전에서는 아예 새장들고 원작처럼 진행하더라고요. 20세기로 국가색 뺀 뒤 마지막에 체포당하는 게 파이퍼던데 이건 또 왜 원작소설을 가져온건지.... 요한 파이퍼라고 이름도 소개되었던데 실존하는 인물인지는 여전히 미스테리.






비엔나식 농담

비엔나 링슈트라세 / Maximilian Lenz



더라키의 첫곡 제목인 비엔나 식(Wiener Schmäh)은 라이프모티프처럼 뮤지컬 내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됩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이것이 비엔나식! 인물들이 농담처럼 가볍게 언급합니다. 사실 Wiener Schmäh는 비엔나식 블랙유머, 비엔나에서만 사용되는 커뮤니케이션에 가깝습니다.
멋진 농담이며 동시에 사기꾼의 거짓말, 수수께끼와 암시로 가득한 아이러니한 냉소를 의미하는데요. 거의 자멸에 가까울 정도의 조롱에 관한 화법입니다. 예시를 찾아보니


A : 오, 신문에서 봤는데 유럽에서 비엔나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군
B : 세상에. 다른 나라들은 얼마나 쓰레기라는 거지?


... 말을 뭐 저렇게 비꼬아... 여튼 나쁜 것을 가져다가 장난스럽게 왜곡하는 이 화법은 우울과 자살이 만연했던 비엔나 시대상황 앞에서도 사용됩니다. 죽음마저 비웃으면서 그 본질을 잊자, 삶의 무의미함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는 건 빈부격차와 자살율이 가장 높던 당시 빈의 우울한 분위기와도 어울렸고요.
원작에서는 헝가리판에 있던 나레이터, 파이퍼는 이 단어를 끊임없이 언급합니다.


'그는 비엔나 시민들이 잊고 있던 그들만의 장기를 일깨워 주었다.
삶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도록 만드는 기술을 : 인생은 심각하지만 예술은 즐겁다 -그것이 비엔나 식'

더라키에 있던 나레이터는 비엔나식 블랙유머를 의인화 한건가, 생각될 정도로 당시 시대상과 루돌프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을 향해 대놓고 매력적인 조롱을 꺼내면서요.



헝가리판 제목은 '여기 빈!'이지만.


프롤로그에서 파이퍼가 처음 등장하며 말하는 대사 역시 비엔나식 농담에 가깝습니다.


파이퍼
매력적이게 휘몰아치네 : 모든 게 훌륭한,
빛과 마술의 비엔나!
이 극장을 가로지르면 거짓된 거대한 그림이 보이지
거짓과 죄악의 비엔나!

오 얼마만큼의 사랑인지, 수백의 모험들!
오 얼마만큼의 교묘하디 교묘한 속임수인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죽음인지!

호기심 어린 눈은 빛나는 보석 상자에 드리우고.
유럽의 심장이여, 돌아오라!
눈물과 미소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네.


역사적 고증은 쌈싸먹고 판타지로 섞어 만든 극이라고 초반부터 나레이터가 메타발언을 하네요... 여기서 파이퍼가 말하는 보석상자는 ornate box 오네이트 박스. 화려하게 장식된 보석보관함 입니다. 즉슨 관객들에게 앞으로 거짓과 사랑, 모험이 적절히 가미된 화려한 보석함 속 황실인형극을 보게 될 예정이라고 변사처럼 얘기하는 중.






비엔나의 부르크 극장 개관식

비엔나 링슈트라세의 밤 / Maximilian Lenz



루돌프의 아부지, 요제프 황제는 재위 직후 1857년부터 빈 도심을 원형의 형태로 재개발하는 근대 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반지 모양처럼 둥근 순환도로가 만들어졌다고 하여 링슈트라세(Ringstraße)란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거기엔 국립극장, 대학, 시청, 박물관 등의 공공건물을 지을 뿐 아니라 거리의 가로등 사업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프롤로그 이후 다음 곡인 '커튼업'에서 요제프가 '백열등으로 가득한 수천개의 빛의 바다가 있다. 이 도시는 보물이다' 라고 말하는 내용이나, 내일로 가는 계단에서 '빛의 바다'라는 루돌프의 대사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

"이 거리를 빛과 진보의 바다로 만들자."라는 말이 당시 비엔나의 국제전기박람회에 슬로건으로 사용되며 유행어처럼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헝판기준 가로등 언급과 함께 극장 개관이 중요하게 나온 건 그 이유에서였고. 신기한 게 시민 대사 중 한 명이 '난 이걸 71년도부터 기다렸다'고 했는데요, 이 때부터 뭐 국가진행 사업진행했었나. 나중에 더 찾아봐야지.


헝판에선 시민들이 모인 야외개막식 장면임. 재수리 전까지는 비엔나의 블퀘였다는 듯.&amp;amp;amp;nbsp;

그리고 더라키의 배경이 되는 1888년, 링슈트라세엔 새 시립극장인 부르크극장이 개관했습니다. 빈판과 헝판에서 새 극장이 열렸다고 한 건 여기. 그러나 겉모습에만 신경쓰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고 혹평받았는데.. 앗 마치 블퀘같잖아.


우측 목도리 도마뱀이 클림트


여담인데 이 부르크극장의 천장 프레스코화 중 하나는 클림트가 담당했으며 자기 얼굴이 등장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장면을 그렸습니다. 헝롬쥴로 입덕했는데 이 무슨 무시무시한 우연...





비엔나의 왈츠


19세기의 비엔나는 왈츠의 시대였습니다. 슈트라우스 풍의 왈츠가 유행하면서 한 쌍의 남녀가 서로를 껴안고 회전하는 4분의 3박자 춤곡은 무도회 뿐만 아니라 사회 하층민이던 세탁부들의 무도회에서도 널리 퍼졌습니다. 큰 수레바퀴(wheeler. 휠러)로 묘사되었던 비엔나 왈츠는 음악이 끊기는 듯 하다가 다시 이어지며 경쾌하게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당시 슈트라우스는 왈츠의 왕이라고 불리며 취임 40주년을 맞은 요제프를 위해 '황제왈츠(링크)'를 작곡했었고.

스테파니에게 마지막 춤 요청하는 루돒


에드워드 왕자의 무도회(왈츠를 연주해)에서 나오는 분위기는 위의 그림과 같이 밝고 매력적입니다. 사람들 모두 비엔나의 밤은 천상의 아름다움과 같다며 마법같은 무도회와 왈츠에 대해 칭송하고 있습니다만




헝가리 이놈시키들은 이걸 또 기괴하게 바꿔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는 왈츠를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빙빙 돌면서 빠져드는 소용돌이라고 묘사하네요....
이 곡은 헝가리판에만 있는...일본판도 있던가 아리까리하네요. 제국극장 이끼의 요정같던 나레이터는 존재했던 거 같았는데.... 제목은 '4차원의 무도회'로 죽은 자들의 왈츠와 같은 곡입니다. 엘리자벳의 '침몰하는 배'와 마찬가지로 세기말 우울이 도사리던 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데요. 초반의 부르크 극장 개관식 때 나온 곡을 그대로 리프라이즈한 것.

와일드혼 이 영감탱 좋은 곡은 1막만 있고 2막은 리프라이즈 아니면 와일드혼의 재활용극장이고. 두고보자.
(스칼렛 핌퍼넬 미수록곡을 더라키에 재활용해서 원한이 좀 있음)

마지막 키스 직전 저 무대바닥 나뉘어서 결국 못함. 연출 너무했다


해당 곡은 아빠에게 반역하려던 음모가 까발려지고, 루돌프와 마리가 마이얼링으로 가서 동반자살 하기 직전 바로 나오는 곡입니다. 제목이 '4차원의 무도회'인 이유는 루돌프의 대사에서 언급된 장소라서. 2막에서 헝가리 귀족들에게 가면무도회(=4차원의 무도회)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사절단을 만날 것이고, 마리에게 4차원의 무도회에서 비엔나 모두의 눈 앞에서 춤추자고 말했습니다만, 해당 곡에서 결국 사절단은 아무도 오지 않고 반란은 실패됩니다. 결국 그 둘의 관계는 어디에서도 허락될 수 없고 죽어서야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면서요.


결국 돌이킬 수 없을 곳까지 몰린 두 사람이 향한 곳은 망자들이 왈츠를 추는 무도회입니다. 함께 왈츠를 추다가 망자들이 그들을 떼어내고, 도망친 곳에선 그들을 괴롭히던 이들(타페, 요제프, 스테파니 등)과 마주해서 막다른 곳까지 몰립니다.
사실 영가사는 와일드혼 특유의 흰 건 검다! 검은 건 희다! 너는 나! 나는 너! 역설적인 가사이지만 헝가리는 거기서 더 꼬았습니다. 그래서 더 맥락없이 기괴함이 가득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헝가리판에만 존재하던 이 곡 가사를 알고 싶어서 돈내고 청음이라도 맡길까 했는데... 글로벌 번역사이트에서 올해 초에 다 올라와서 기뻤습니다. 탈덕이 먼저냐 헝돌프 전곡 가사 뜨는 게 먼저냐 다이다이의 싸움이었는데 존버로 승리했군요. 그 전에 탈덕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갑작스레 몰려오는 현타.
여튼 애정이 있는 곡이라 더 얘기해보자면 해당 가사엔 몇가지 의역이 있습니다.

'Szép világunk dráma még'
우리의 아름다운 세상은 여전히 불타고 있어
->혹은 '우리의 아름다운 세계는 여전히 극적이기도 하지' 라고도 해석됨. 불 좋아하는 인간들이 일부러 노린 거겠지.

'Látszat forma,elmúlunk'
불가해한 모습,우리는 지나쳐버리지
->'látszat'이게 이상한 단어인 게.. 사전엔 '외견'으로 나오나 헝가리식 국어사전본엔 '내 눈에 보여지는 것과 실제 모습이 괴리를 가진 무언가의 모습'이라. 아마 엘리의 죽음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 아닐까 싶어요. 근데 넌 더라키잖아.

Mint az örvény, felkap teremtett téged
->소용돌이처럼 너를 낚아채버리는 너의 창조주

여기에 청음한 역자가 놓친 단어가 있다고 하길래 의역. 망자들과 함께하며 빙빙 돌고 있는 왈츠를 운명의 소용돌이에 빗대는 중입니다. 나레이터가 루돌프 대놓고 까는 넘버에선 넌 신도 구제못할 머저리! 라고 하질 않나... 마음에 들어요.



4. 비엔나의 환상과 제국의 내부 상황


비엔나의 환상과 죽음에 사로잡힌 사람들

헝돌프는 민중극이다! 우생학송은 민중가요다! 헛소리를 지껄이긴 하지만 헝가리에서 처음으로 올렸던 더라키는 정말로 정치적 맥락과 정보가 많은 극입니다. 빈판에서 쳐낸 건 나레이터...흑흑 외에도 당시 비엔나 민중들의 삶과 헝가리 독립 등의 역사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사랑해요 바고 베르나데타 (엘리 20주년 난나것 영상에서 헝가리대관식 드레스 입으셨던 그 분)


헝가리판에서 마리와 루돌프가 처음 만난 건 극장개관식에서 자살한 여인때문이 아니라 에드워드 왕자의 무도회에서입니다. 1막은 유쾌하게 2막은 불행하게!를 외치는 헝가리판에서 어딜 불경하게 프롤로그부터 자살 한답니까.

마리는 비엔나의 환상을 믿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환상과 사랑에 빠져 비엔나의 백일몽을 떠돌고 있는 시기였기도 했고요. 마리는 동화 속 사랑을 얘기하며 거지가 되거나, 왕이 될 수 있으나 그 목표는 행복한 동반자를 얻는 것이라고 하면서요. 헝돌프 마리의 가사는 독어판보다 시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모든 별들이 먼지로 떨어질 지라도, 내 마음 속 노래는 오직 널 위해서만 연주할 것이다'라던가. 그래서 마리와 루돌프 관계가 더 의존적인 것 같기도.

인형이 들고 있는 종이로 미래 점쳐주는 인간 포춘쿠키... 저거 사기꾼 아냐.



극장 개관식 이후 파이퍼는 라리쉬와 서로 아는 체 하며 그들의 미래를 가볍게 점쳐주는데요. 여기서도 마리가 가졌던 꿈과 소망을 잘 보여줍니다.

라리쉬 : 아, 파이퍼!
마리 : 유명한 인형사이자 예언자!
파이퍼 : 숙녀분들!
라리쉬 : 무엇보다도,그게 사실인가요 파이퍼?
마리 : 여러 일들을 손보고, 어떤 부분에선 그 중간 지점에 대해 능통하고..
라리쉬 ; 어떤 특정 개인 사이의 일 말이지
마리 : 말하자면...
라리쉬 : 오 기억도 안 나는구나
파이퍼 : 오, 제게도 너무 흐릿한 기억이라서요
라리쉬 : 그래요, 부분적인 기억도 가치가 있죠
파이퍼 : 한 두 푼의 돈과 제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는 걸요.
라리쉬 : 좋군!

-> 파이퍼의 '내 이름도 기억안나는걸요! '는 떠돌이 인형사로 운세도 봐주면서 첩자, 정보전달자도 겸업하지만 증거인멸이 중요하니 당신이 시킨 일과 제 이름조차 기억안난다 농담식으로 말하는 중. 아마 파이퍼도 가명일 듯.

마리 : 미래는요?
파이퍼 : 이들(인형들)은 알죠. 한 두푼의 돈이면 미래의 미래까지도!
라리쉬:여기, 조금밖에 안 되지만,행운을 가져올 거예요
마리:내 미래의 왕자님을 볼 수 있나요? 말해주세요,만약 보셨다면!아니라면,전 죽을 거예요
라리쉬:어쩌면 그보다도 더 심할 수도 있지
파이퍼: 돌아오렴 작은 인형아! 일을 시작하자! 숙녀분을 위해 예언할 수 있는 건 잿빛 혹은 아름다운 재능이네
마리 : '아름답고, 고귀하며, 부자이고 용기를 북돋아 줄 남자를 기다리라!'
파이퍼 : 벌써 공작부인이 되셨군요!
마리&라리쉬 : 이건 운명이야!

'숙녀분을 위해 예언할 수 있는 건 잿빛 혹은 아름다운 재능이네' 마리에게 하는 예언은 재앙일 수도, 축복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이때 당시 마리는 이미 브라간자 공작에게 청혼을 받은 상황이라서 파이퍼가 공작부인이라고 언급한 듯.

마리는 파이퍼에게 금색종이가 담긴 주머니를 받고선 고된 노동과 삶으로 지친 사람들을 향해 뿌립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인형처럼 어색하게 왈츠를 추기 시작합니다. 마리는 이들을 향해 누구든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Vienna: Underclass, 1873


당시의 비엔나는 귀족과 상류층의 과시적인 무대였으며 동시에 유래없는 인구증가와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19세기에만 오스트리아는 9개의 전쟁에 참여했고, 하층민들이 거주하는 작은 아파트, 원시적인 위생상태는 비엔나 시민들의 평균수을 단축시켰습니다. 죽음이 만연한 시대에서 아름다운 시체(A schene Leich)를 위한 성대한 장례식이 열렸고, '죽음은 비엔나 사람임에 분명하다(Der Tod, das muss a Weaner sein)라는 말이 떠돌았고요.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철로에 뛰어들어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는 등 자살사건도 자주 기사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비엔나에선 매일 밤마다 왈츠를 추는 무도회가 열렸고 만성적인 우울이 떠도는 도시에서 환상은 빼놓을 수 없는 꿈이었습니다.

이건 페치 버전이지만. 베르나데타가 나오니까.

개인적으로 마리가 루돌프에게 하는 대사 중 인상깊었던 장면은 1막 마지막 '사랑이야' 대사였습니다.

마리
난 어떤 사람이든 당신을 사랑해.
왕자나, 헝가리의 왕이나, 구두장이든간에!

중요한 건 최고의 왕자나 왕 혹은 최고의 구두장이가 되어야 한다는 거지!
우린 시간과 공간이 사라지는 장소에서 사랑할 수 있을 거야.
새로운 세계가 당신 앞에 서 있어.


니가 뭐든 가보자고 하는 말입니다만... 위에 적은 것처럼 도시의 장엄함에 눈먼 사람들은 위대한 성취를 추구하며 살았습니다. 두 사람은 무수한 꿈들과 환상 속에서 길 잃어 헤어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헝가리판도 두 사람을 새장 속 새처럼 표현해서 포스터에 두 마리의 새가 박혀있었고.

아 이건 여담인데, 독판 '사랑이야' 에서는 마리는 사랑에 관해 얘기를 안하더라고요. 날 믿고 가라~~ 라고 하지. 아마 only love 이 부분 라센 번역은 헝판+독판 같이 섞은 게 아닐까 추측 중.




19세기 진보 vs 보수의 부자 러브송 거기에 빅브라더 타페

뒤 배경 사진은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지도

'엘리자벳'에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프란츠 요제프는 68여년간 황제의 자리에 있었고 그의 존재 자체가 곧 제국을 상징했습니다. 그래서 더 라스트 키스에서 루돌프와 요제프는 대립은 진보와 보수를 상징합니다. 독어판에선 두 사람의 감정적 골을 얘기한 거 같던데요. 헝판 가사에선 전형적인 진보보수 거기에 애증을 끼얹은 바람직한 정치노래네요. 로맨틱해라. 이 곡은 번역 안했는데, 내용은 대강 이렇습니다


루돒 : 20세기가 오는데 중세마인드라니 으 크리피
요젶 : 이 왕좌는 500년동안 있었음. 니 자유주의자니? 무시무시해라
루돒 : 미래를 꿈꾸는 건 범죄가 아닙니다. 그저 진보라고요
요젶 : ㄴㄴ 이미 시스템있으니 정해진 길만 가ㅇㅇ
루돒 : 그럼 걍 난 장식용 오브제아님?


대충..... 이런 가사... 사실 이 노래는 부자간의 사상이 완전한 다르단 걸 보여주는 곡이고, 더라키에서 흥미로웠던 곡은 2막 초반, 루돌프의 악몽으로 다가왔던 타페의 '내 손안의 세상'입니다. 헝가리판에선 '인형사와 A mester es a drot' 로 각색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임시인형사 타페의 루돒극장.


황태자 루돌프에서 가장 흥미로운 곡이 아닌가 싶습니다. 루돌프의 악몽에서 나오는 건 타페와 요제프가 아니라, 비엔나 시민들이 그에게 말을 걸면서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들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루돌프가 두려워한 건 타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반대의 길로 가는 건 스스로도 야욕도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결과적으론 이 제국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비엔나 시민들은 기꺼이 자신의 손 위에서 놀아나길 원하는 거라고 말하는 타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악몽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두려움은 그런 타페 아래에 자신도 줄에 묶인 인형처럼 움직이게 되는 것이고요. 그리고 타페의 사냥개들이 끈이 묶인 제복을 강제로 입히는데요. 빅브라더 타페와 윈스턴 루돌프..정말 정치적인 노래...

당시엔 사람들의 대사를 못찾아서 자막에 추가를 못했는데요. 최근 업데이트 되어서... 공연하고 15년 뒤 뜬 가사라니.... 노래 중간중간 말하는 대사는 대강 이렇습니다.

시민들 : 부르크 극장 개장만을 기다렸다
인내는 미덕이며 있는 건 그래도 두는 게 멋지다
우린 황태자가 기사 뒤에 숨어있는 걸 알고 있다!

루돌프는 결혼 망했다. 쟤 불륜하잖아
헝가리인과 유대인은 최악의 조합이다!

중요한 건 항상 모호하게, 우리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타페 수상을 외치는 사람들)

타페의 인형극 쑈쑈쑈


시민들의 입을 빌어 심지어 시민들은 멍청한 꼭두각시들이 아닙니다. 비엔나식 확산형 루케니입니다. 하지만 타페에게 그들의 말은 겁많은 양들의 울음소리에 불과합니다.
타페가 듣고 있다는 걸 안 시민들은 타페 이즈 굳! 그는 진실된 친구! 우리는 멍청해여 연기하죠. 시민들과 타페의 눈치게임이에요. 저 시민들에겐 어쩌면 황태자가 필요없을 거라는 게 루돌프의 가장 두려운 악몽일지도.



헝가리 독립상황과 신문사

뒤에 흐느적거리는 건 헝가리 국기


'줄리어스 펠릭스' 내 존잘님이 알고보니 제국1짱 황태자?! 이런 서사는 빈판에서 추가된 것입니다. 두 주인공이 극 시작후 30분만에 대화를 하는 헝가리판에선 나오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첫만남은 에드워드 왕자의 무도회고. 타페의 공작으로 부숴진 신문사에선 루돌프와 스젭스 편집장의 대화를 시작으로 헝가리 독립을 부추기는 '새로운 내일, 새로운 세상' 넘버가 나옵니다.

스젭스 : 타페 수상이 한 일을 황제가 모를 것이라 생각하나? 쇠네러(오스트리아 정치가. 오스트리아를 독일에 통합하려고 한 대독일주의자로, 히틀러에게 영향 줌)의 실내장식가들 덕분에 이 꼴이 되었네. 타페의  사냥개들보다 더한 놈들이야.
쇠네러가 민족주의 돼지들과 함께 다른 신문사를 부쉈을 때 그들은 고작 3개월동안 감옥에 있었네. 사람들은 유대인들을 증오해왔어.
루돒 : 당신의 그 말 역시 편견이지만.. 증오는 제국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며 20세기 큰 비극을 가져올 겁니다.

루돌프의 말은 곧 다가올 세계대전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엘리자벳에도 나왔던 카롤리, 안드라시와 Ferenc Lónyai 로야이를 소개하며 그들에겐 영웅이 필요하다고 꼬드기는데요. 이 노래도 진짜.... 자국 시점 강하게 넣었네요... 헝가리인들은 당신에게 충성할 거라며 루돌프 회유한다던가.. 뒤에서 헝가리 전통춤 추면서 국기 흔들고....
그들은 이론 대신 행동을 할 때라며, 소국에겐 독립이 필요하며 제국은 스스로의 무게에 무너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루돌프가 익명으로 쓴 기사를 언급하며 왜 이런 기사 썼냐, 부추기면서 다른 기회가 오려면 수백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그들의 독립혁명을 정당화합니다.

황태자님 섬유유연제 뭐써요


그 이후 바로 '알 수 없는 길'로 넘어가나.... 어우 이 무슨 오스트리아의 짘슈같은 연출... 다양한 민중들 사이에서 루돌프는 그의 고뇌를 말하나 아무도 답해주는 이는 없습니다. '많은 꿈들 사이에서 질문만 있고 답은 없구나.' 라는 루돌프 뒤로 민족 간의 싸움과 탄압만 일어나고.
반응없는 민중들이 탄납받는 정면은 곧 다가올 세계대전을 암시하나 동시에 이 노래는 오직 루돌프의 생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혼란, 스캔들, 의도치않은 배신이라는 결과를 두려워하면서도 민중이 그를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은 빈에서의 위대함이라는 환상과 구세주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모습처럼 보입니다.





신문을 뒤집어 쓴 나레이터

대체 어디서 저런 코트를 주워왔대

헝가리판 더 라스트키스에선 루돌프가 Neues Wiener Tagblatt 신문사에 '줄리어스 펠릭스'라는 익명으로 사설을 투고한다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제프와 타페가 줄리어스 펠릭스 가만안둬 하는 장면도 없고요. 대신 저 익명의 사설 내용은 누가 읽냐면요.... 사라진 나레이터가....어흐흐흑.....

나레이터는 대중들 사이에서 속보를 읽어주면서 제국 까는 인형극으로 돈을 버는데요. 이 장면은 초연에만 있던 '또 다른 삶'으로 엘리자벳의 MLICH에 HASS를 합친 것처럼 민족주의로 대중을 선동하는 노래입니다.


그런데 편의상 축약해서 '우생학송'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민중들의 대사 중 '지진아를 기르지 말라니' 이게 좀 순화하긴 했는데...초반엔 '우생학의 자손들아!'라고 이해해서.... 오메 저거저거 미친노래 독어권에서 우생학까는 노래 부르려했다니 삭제빵 당할만 하네 식겁해서...

얘도 번역할 땐 초반 대사 지문이 없었는데, 파이퍼가 호외요 하면서 읽어주는 기사는 이런 뉘앙스입니다. 루돌프 인형과 당시 독일황제였던 빌헬름 인형을 들고 성대모사하며 오스트리아와 독일 전체의 의견인 척 선동하고 있는데요.


파이퍼 :
유럽 전역은 뉴스로 가득합니다!
'비엔나는 평화가 필요하다' (시민들:맞아맞아)
'베를린은 상상 속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은 무기를 얻으려 한다. 이런 희망은 헛된 것이다.' (루돌프인형 들고 루돌프인 척)
(우리 황제는 빌헬름이야! 독일 옹호하는 시민들)
'그 의견은 거부한다. 우리의 위대함은... 위대하다!' (빌헬름 인형들고 빌헬름인 척)
'조용히 하시오! / 내 말은 아직 안끝났다!' (저건 루돌프야! 인형대고 외치는 사람들)
'배심원단이 조작한 오순절 황제 앞에서 굽실거리는 꼴이라니!'
음? 조작된 오순절 황제? 이거 재밌는 표현이네 (파이퍼 개인의견)

그리고 양배추..? 양배추가 왜 나와... 문장이 누락되어서 해석 불가능한데 디저트와 함께 뭐 얘기하다가. 여기서부턴 찐선동.

파이퍼 :국제적인 음모가 있다! 영향력있는 유대인들의 존재가 독일의 증오를 불러일으키고 있죠! 프러시안, 영국인, 프랑스인들도 같은 기사를 쓰고 있고요.

자, 신문을 들어올려! 이 기사들을 들여다 봐!
얼마나 유하든 고지식하든 간에
이곳에서 우익은 좌익보다 결코 낫지 않다네.
거짓 진실, 오만한 협상! 그와 같은 착오들.
파렴치한 일들은 넘쳐나고
모두 그걸 쓰길 원해.

하지만 내가 아무 거나 끌어온다고 생각하지 마,
절대 아니야.

이 노래도 좌파우파 싸우다 민족주의까지 넘어가는 곡입니다. 같은 노래, 다른 가사로 독일의 시민들과 식민지 헝가리 시민들의 상황을 얘기하면서요. 그리고 그 중간에 파이퍼처럼 넌 대체 누구 편이냐 묻는다면 아ㅇㅇ 님편이죠ㅇㅇ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는 사람을 비꼬고 있고요. 심지어 '누가 신문에 돈을 줘서 기사를 싣는가. 오직 독일인만 쓸 수 있는데!' 라는 질문에 '여긴 돈만 주면 다 올려줌. 그네처럼 밀면 밀리고 당기면 당겨지는 곳이라' 답하면서 익명으로 기사쓰는 루돌프까지 까고... 3중창으로 참 알차게 비판하는 장면입니다.




내일로 가는 계단 혹은 다리

원제는 The Steps of Tomorrow 이나 헝가리판에선 A holnap hidja(내일을 향한 다리)입니다. 그리고 앙상블들이 자기 얘기를 할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던 건데 여기서도 정치적인 메세지를 넣고 있네요....

계단은 아래에서 위로, 더 높은 세상을 갈 수 있으나 황태자와 일반 시민들처럼 어떠한 계급 차이가 존재합니다. 2막 막판까지 황태자 까는 노래인 '바람 속 낙엽'에서 루돌프 면전에서 '넌 수프에 파리가 빠지면 먹을 수도 없잖아!'라던가 '거지가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신조차도 어떠한 잡종(왕족인데 시민을 대변하려는 루돌프)는 구해줄 수 없지!' 라며 계속 언급한 것처럼 윗놈들이 아랫놈들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듯이요.

하지만 루돌프가 꿈꾸는 세상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져 있으며 계급없이 같은 자리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나아가는 것이기에 다리를 건넌다는 표현으로 바꾼 것 같습니다. 그말 그대로 루돌프는 단상에서 내려와 가장 아래에서 시민들과 포옹하고, 시민들은 단상 위로 올라와 더 높은 곳에서 미래를 말합니다.



추가로 루돌프의 '모든 사람들은 국민이 될 것이다.' 이거 되게 정치적인 대사같은데.. 당시 헝가리는 오스트리아의 속국이 된 거라 국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루돌프가 말하고자 하는 건 모든 이가 국민이 되며 그들만의 나라를 가질 것이다. 아감벤의 저서에 나온 것처럼 '국민은 국가의 일을 그들 스스로 결정하게 되는 이'라는 걸 노리고 쓴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으나 이건 번역공장 공장장님과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나 술마시다 나온 거이니 적당히 걸러듣고. 여튼 헝가리는 독립할 것이고, 만인은 스스로가 통치할 나라를 갖게 될 것이다를 말하는 거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독판과 달리 헝판에서는 진실의 입으로 '군주제는 흔들리며, 재앙이 올 것이다. 제국은 감옥, 독재자, 스파이와 함게 하나 독립국가들이 원하는 건 그들의 언어, 정치, 운명의 통제권만을 원한다. 모든 사람은 그들의 종교, 생각, 사생활을 누려하 한다.'라면서 헝가리의 역사적 관점을 담아 말한 것 같고요.


황태자 면전에 니망했다고 까는 곡


삭제곡 중 하나인 '바람속 낙엽 Akar az oszi level' 역시 나레이터의 저주받은 주둥아리 때문에 삭제된 곡으로... 헝가리 독립지지 서명과 마리의 '그가 없는 삶' 직후 나오는 장면입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결과만 기다리는 상황에서 파이퍼가 누구 미래 알고 싶은 사람?? 사람들 모아놓고 니 계획 망함! 스포일러 하는 노래로.. 엘리자벳 '키치'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그 앞담화 대상이 눈 앞에 있는... 심지어 저 말을 타페의 비밀스파이들이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인형쑈 하다가 구타당하고....


파이퍼
가을의 낙엽은
바람이 불면 어찌하나?

삶은 늘 그 자리에 있어
생사의 문은 동등해

이 땅에서 넌 불행한 존재야
원치 않는 욕심이 모든 걸 지배하지
멍청아, 이게 도박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마!

부자에서 거지로, 거지에서 부자로
이들 중 한쪽은 기적처럼 보일 거야.
하지만 신 조차도 어떤 잡종 하나는 구하지 않지.
잘 알려진대로 넌 니 혀를 물어버려서
말을 할 수 없지!


가사에서 계속 나오는 낙엽은 휴지조각이 되버린 복권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바람에 휩쓸려 살아가는 루돌프의 낙엽같은 인생을 조롱하는 곡인데요.
복권(래플처럼 추천식 복권제 말하는 듯)으로 두 계층을 오고가는 게 기적처럼 쉽게 일어난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줄 부터는 루돌프 저격 중. 넌 잡종. 황태자 주제에 낮은 곳으로 오려 하는 넌 잡종ㅎ 그런 너를 신도 도와주지 않을거야ㅎ. 그러다가 빡쳐서 인생은 원래 그렇게 낙엽처럼 흘러간다고 하는 루돌프였으나, 파이퍼는 이렇게 반박합니다. 오 삶의 방향은 그저 쳇바퀴마냥 돌아가고 합리적으로 다룰 수 도 없다. 니가 황태자가 된 것도, 니 인생 모두 모두 추첨제 운에 의한 거고 니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요..... 진짜 너무했다....

루케니가 쉐도우복싱을 한다면 얘는 황태자 얼굴 보면서 기관총으로 정확히 저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루돌프의 대사를 후렴구로 써먹으며 파렴치한 짓까지. 그래서 헝돌프 중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일단 신나잖아요.



에필로그 - 꿈이 사라진 시대


에필로그는 4차원의 무도회 - 마이얼링으로 이어집니다. 망자들과 모든 이들이 좀비춤 추며 루돒과 마리를 가지고 놀다가 나레이터가 등장에서 이건 하나의 거짓된 극이라며 극 전체를 부정합니다.

파이퍼
별이 빛나는 비엔나
이제 우리의 꿈은 사그라드네.
젊은이들은 사랑에 빠져 아름다운 기도를 속삭이고
매혹적인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모든 게 아름다워
빛과 마술의 비엔나.

이 극은 거짓된 거대한 그림.
하지만, 오직 비엔나에서만은.
비엔나에서만은.

헝판 루돌프 엔딩장면


모두가 그 둘을 향해 손을 뻗으나 오직 요제프 만이 그 모습을 외면하듯이 고개를 돌리며 극은 끝납니다. 개인적으로는 헝판 연출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꿈이 좌절된 시대에서의 종말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






휴일가기 전 올려보는 파이퍼 앓이. 뭔가 또 생각나면 추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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