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헝가리 가서 뮤지컬 레베카 본 후기(2) - 1회차 : 정석적인 권력역전의 영웅서사

by 헝뮤아카이브 2023. 11. 4.
728x90

레베카 190205 1회차 밤공

* 뮤지컬 레베카 결말 스포일러 있습니다.

 

 

Cast : 
나(이히) - 바고 스지
막심-호모니
댄버스-릴라
파벨-아르파드
반호퍼-펠러
프랭크-초면인 아틸라씨
벤-피젤
베아트리스-나다시

 


 

첫공은 예상했던 것처럼 스지 이히, 호모니 막심에 릴라 댄버스라서 뭔가 마음 편하게 보려고 했던 거 같음. 저 조합이면 부다페스트에서 올리는 정석적인 레베카(=권력역전의 서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전체 스토리를 파악하기엔 부담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실 보러가기 전까지 조금 걱정도 있었는데, 르베이&쿤체 극 중 레베카만 걍 쏘쏘해서. 삼일 연속 보는 게 괜찮은 걸까. 보고나서 노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히 앞에 무릎꿇다 못해 옷자락도 잡지 못하는 막심을 보며 저게 서스펜스 스릴러의 참맛이구나 대ㅋㅋㅋㅋㅋㅋㅋ존ㅋㅋㅋㅋㅋ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적 팝콘 씹어먹음.

 

 

 

 

프롤로그, 어젯밤 꿈 속 맨덜리

 파도소리, 기러기 울음소리와 함께 푸른 색 안개의 벽이 등장하며 안개 사이에서 하나 둘 씩 일어나는 맨덜리의 망령들, 어두운 우비를 입고 있던 맨덜리 사용인들. 그리고 구름과 안개의 무대 가운데를 걷는 이히. 

 

 

등장할 때 표정이 아 맨덜리 거기 미친 사람이 있었지만 내가 이겼지 등장부터 승리에 심취해서 몹시 좋았다! 몬테카를로 얘기할 때도 내 승리의 시작은 이곳이었지 회상하는 분위기라 프롤로그부터 두근거림.

그러고보니 레베카 인터뷰에서 극 중 인물의 심리에 따라 의상을 계속 바꿨다는 말을 했었지 참. 첫 등장부터 담비 목도리를 두르던 귀부인을 촌스러운 꽃무늬 옷입던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으로 바꾸면서 이히가 성장했다는 걸 초반부터 보여줬구나.

 

 

절대 귀부인은 못 돼
 제일 후회되는 게... 펠러와 카타를 한 번밖에 보지 못했던 거.... 멍청한 과거의 나 학생단관에 끼여서 마티네도 잡았어야지...

펠러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 잘부르는 것만 알고 있었지, 능청스럽게 개그연기도 잘하는 배우인지 누가 알았겠... 아차 이분도 부다페 축공에서 양갈래 목동 복장으로 그림자는 길어지고 불렀지 참...  

이히 후려칠 때도 에너지가 넘쳐서 부산스럽게 움직임이 멈추던 때가 없고, 막심 만날 땐 허리펴고 가슴 모으는 등 사소하게 웃음포인트가 많았음. 너무 쾌활하니 매너와 눈치 없는 사람이라기 보단 한번 사는 인생 펠러 호퍼처럼 호탕하게 살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

 

 

 

 그런 펠러 호퍼를 보면서 사회생활 짤 표정 짓던 스지 이히라고 생각했는데...사진 보니 표정관리 안한 거 같기도 하고. 입은 웃으면서 맞춰주지만 누가 봐도 돈 때문에 일하던 이히.

. 그리고 호텔 정문으로 막심이 들어올 때 모두가 막심을 바라보고. 막심과 이히와 눈이 마주치자 모두 움직임을 멈춘 채 음산하게 소리를 내던 사람들. 그리고 첫 등장한 호모니 막심은 정말로 ...60년대 롤리타에 나오던 험버트 같았음. 최근 볼살이 빵실해지셨는지 수염까지 붙이니 양심버리고 딸뻘인 어린애랑 결혼 할 거 같은 막심임. 

물론 막심은 딸뻘인 어린애랑 결혼한 쓰레기 맞습니다.  

 

 

 

 

몬테 카를로에서
 그림 그린 뒤 막심에게 웃으며 선물하던 귀염뽀짝한 스지 이히. 귀여워. 그 전에 비밀이 담긴 표정으로 관객을 바라보던 막심. 누가 봐도 저 놈 수상한데 의심들게 만드는데.. 그래놓고 둘이 키스하니 어이고 염병하네 생각만 들고. 호모니는 롬쥴 파리스처럼 쾌남형 나르시스트 연기만 봤었는데 여기선 정말 쓰레기 인간말종 연기를 잘하는구나 다시 한 번 감탄.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청혼
 스지 이히가 저렇게 안타깝게 노래부르는데 막심 따위 병안에 넣어서 줘야하지 않을까 생각할 무렵에.. 연락받고 등장해서 슬퍼하는 이히의 모습을 지켜만보던 막심. 헝가리판에선 초반에 막심 저거 똥차 아니냐고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 중 하나가 청혼 장면이 아닐까.

 

 

카우치 앉아서 담배 피우며 맨덜리 아니면 뉴욕 묻는데 이히가 재떨이 가져다주니까 그게 당연한 것처럼 담배 비벼 끔. 이건 지금은 극단 나간 졸탄이 정말 재수없게 연기 잘했는데! 그렇게 불신과 경멸만 쌓이니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대사도 이히가 자신을 사랑하는 건 당연하다는 어투로 받아들이게 됨.

그리고 스지 이히가 수줍어하며 결혼 말하니까 20초 넘게 복식호흡으로 비웃으며 퇴장하던 펠러 내가 사랑한다고 적었던가. 사람이 숨쉬는 것처럼 너무 당연해서 안적었겠지.

결혼
 이건 헝가리판에만 있던 연출(다른 나라 잘 모름) 호모니 막심 때의 사진은 없어서 2010년 사진으로 가져옴.

 


팔려가는 결혼인 것처럼 식도 없이 목사에게 결혼서약서만 받고 맨덜리로 떠나나 교회 앞에서 이히는 우연히 신부의 부케를 받음. 그러나 기뻐하는 이히의 부케를 빼앗고서 막심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여자에게 떠넘기듯 줌. 신랑은 막심의 무례에 화를 내고 주변사람들은 그런 신랑을 말리나 부케를 대신 받은 여자는 행복을 기대하는 표정으로 퇴장하고. 

원작처럼 막심은 이히를 동반자라기 보다는 맨덜리에 같이 갈 사람이 필요해서 데려간 거 아닐까 의심하게 됨. 그러고선 나중에 '행복하니'에서 나와 함께 있으면 당신은 젊은 시절에 즐길 수 있는 걸 못누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묻는 뻔뻔함! 대단해 막심 짜릿해, 늘 새로워, 말할 때마다 쓰레기야.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
청소쏭. 부지런히 움직이던 맨덜리 저택의 사용인들과 회전계단에서 등장하는 릴라 댄버스. 2층에서 볼 땐 어깨뽕이 생각보다 안큰데?! 거 맨덜리에선 어깨뽕이 권력의 상징일 수 있지 납득할 만한 사이즈임. 그리고 릴라 댄버스는 대사칠 때의 목소리가 나긋함. 고저없이 우아해서 감정표현 잘 안하는 관리인이구나 이히가 오해할 만 함. 

 

맨덜리 사용인들 배우는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골고루 섞여 있는데.. 아마 오페레타하는 배우들도 단역으로 등장해서 그런 듯. 로버트랑 프리츠 배우도 중후하고 딕션 좋아서 보니까 오페레타 배우였고. 사진 우측 끝에 있는 최고령자 러더퍼드 부인도 오페레타 하시던 분.  

저택에 도착한 막심은 사용인들 하나하나 다 챙기며 새로오신 분이냐며 마지막으로 클라리스에게 인사한 뒤 댄버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함. 누가 봐도 이 저택의 총 관리자는 댄버스인데도. 그리고 댄버스는 막심의 무시따윈 전혀 신경안쓰고 모두 무릎굽혀 인사하는 와중에 홀로 인사 안함. 이히가 이곳에 자리잡은 곳은 없다는 것처럼 비호의적인 시선인 맨덜리 사용인들. 긴장해서 장갑 떨어트렸을 때 모두가 손을 뻗으나  스스로 줍는 이히를 보며 비웃고.(특히 댄버스가)

 

 

영원한 생명

난초 뚜껑 부실해... 릴라가 좀 세게 닫으니까 휘청거려... 릴라 댄버스는 여전히 레베카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음. 거 사람이 최애잃은 곳에서 계속 일하다보면 약간 맛가서 직장에 불지를 수 있고 그런거죠. 사내복지 차원에서 상담치료나 장기 휴가 좀 보내지 막심이 잘못했네.

울상을 지으며 노래부르면서 하나 둘씩 떨어지던 난초잎과 마지막에 난초화병 앞에서 다리 풀리는 것처럼 쓰러지던 댄버스. 사진처럼 빛이 새어나오던 마지막 장면 멋있었어. 그런데 저 무대에 뿌려진 꽃잎들 1막 끝날 때까지 안치우더라... 인터미션 되서야 스텝이 대걸레로 밀어서 치우던데 묘하게 언제 치우나 신경쓰였음.

 

 

 

천사상 박살 / 가족이란 낯선 이름
 천사상 떨어트릴 때 자연스레 놓쳤으나 공중 3회전 돌려서 완전히 박살낸 스지 이히. 주섬주섬 줍다가 책상 뒤에서 베아트리체와 자일스에게 인사할 때 귀여워! 레베카에서 제일 발랄한 곡은 이장면 아닐까. 난 당신같은 언니를 갖고 싶었어요! 막심과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한 표정을 짓는 스지이히와 기둥서방 자일스와 함께 이히와 즐거워하는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체 배우는 예전에 광신도같은 댄버스를 연기했던 나다시인데 시원하게 성량 올라가는 걸 보니 저 분이 댄버스여야 했어 새삼 슬퍼짐. 그리고 줄리엣 애비로 익숙한 자일스 배우는 15년 전에도 저 모습 그대로 였던 거 같은데 영생을 얻으신 걸까.

 

 

 

행복하니/화났어요
체스에서 이긴 뒤 의자에 앉은 막심의 무릎 아래에 기대는 이히. 그리고 이히의 등을 쓰다듬는 막심. 이장면이 원작에서 막심이 키우던 강아지 재스퍼처럼 이히를 쓰다듬는 것 같았다는 문장을 살린 거구나. 개자식 연기를 정말 잘하는 호모니 막심이 하니 정말로 쓰레기 같고.. 

루머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다 소리치며 폭발하는 막심. 고함지르며 책상 위 유리잔 깨부수는 거 보고 놀라서 세상에 인간말종 폭력남편 쓰레기 생각했는데 유리컵 깨트린 건 실수인 거 같음. 다음 날에 실베스터는 안깨트렸음.

 

하루 또 하루
이중 회전무대로 이히는 침대에서, 막심은 서재에서 노래하다가 두 개의 계단으로 나뉜 연출 재밌었음. 짧게 쓴 거 보니 관심없었나벼. 죄송함다 사실 르베이쿤체네 러브송은 취향아님

 

 

절망에 지친 몸부림
베아트리체의 뒤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는 막심과 베아트리체의 초상화. 그리고 맨덜리의 성으로 화면전환되는 배경들. 무대 배경으로 영상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서는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부담과 가문의 책임감이 어떻게 맨덜리로 이어지나, 막심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을 저질렀나 관객에게 전달이 잘 되는 복선을 넣어서 참 친절한 연출이구나 생각. 그리고 저 초상화 화풍이 아메리칸 고딕처럼 생겨서 누가봐도 아 저 집안은 애비도 문제였군 절대 제정신인 집안은 아냐.   

 

 

 

남자들이 숭배한 그녀

파벨 첫등장. 이 날 파벨을 맡았던 배우는 롬쥴에서 앙큼한 눈새 벤볼리오를 연기했던 아르피였음. 영상으로만 봤던 배우를 직접 보는 건 늘 기대가 되지만 이야... 호모니도 그렇고 아르피도 인간쓰레기 연기도 잘하네 감탄. 댄버스가 레베카 캐설정 썰풀 때 마구잡이로 방 뒤집으며 돈 될만한 걸 찾는데 대니를 날카롭게 부르는 목소리도 그렇고 상당히 폭력적인 파벨임. 그러다 이히를 처음 만났을 때 손에다 추잡스럽게 입맞추며 인사하며 퇴장.

 

 

 

레베카1
 친구가 되고 싶다며 먼저 손뻗는 이히에게 가소롭다는 웃음으로 함께 악수하는 댄버스. 그리고 레베카1의 시작. 거울 뒤에서 서있는 맨덜리의 망령들.

 

댄버스가 죽은 사람 잠옷을 보여줘도...나는 고등교육받은 사람, 나는 맨덜리의 착한 안주인, 내동댕이치고 싶다는 표정으로 참는 이히. 댄버스의 최애자랑을 무시하고 화장대의 거울을 보려 하지만 그 뒤에서 이히의 머리카락을 팔을 뻗는 망령을 보고 이 집안은 뭔가 이상하단 걸 드디어 눈치채고 약간의 불안한 표정을 짓는 이히.

 

 

헝가리판 레베카에만 있는 연출 중 하나로, 4명의 맨덜리의 망령들이 계속 떠도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망령들은 이미 죽었으나 여전히 맨덜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레베카의 존재의 시각화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이 망령들은 이히와 막심, 댄버스에게만 반응하거든요.

 

 

이히가 맨덜리에서 불안해 할 때 거울 뒤에서 그녀를 지켜보거나 레베카2에서 도망치려고 할 때 거울 뒷편에서 이히의 길을 가로막음. 이미 죽었지만 여전히 맨덜리의 안주인을 차지하고 있는 레베카의 이름이 댄버스와 함께 그녀를 압박하며 몰아세우나 극 전체적으로 볼 때 이 망령들은 이히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함. 이히가 안주인으로 각성한 뒤 레베카의 흔적들을 치울 때 이 망령들 또한 같이 치워짐. 이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만 나오며 레베카 그런 여자가 있었지 할 때 희미한 존재감으로 나옴.

 


반면 막심에게 망령들은 범죄에 대한 사실직시에 가까움. 적어도 호모니 막심은 레베카를 죽였다는 죄책감보다는 살인을 저질렀다는 게 밝혀질까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정말로 참된 쓰레기야. 공판 때 막심이 몰릴수록 망령들 또한 막심에게 점점 다가가며 네가 저지른 죄를 보라는 것처럼 나옴.

 


그리고 댄버스는 레베카1과 레베카2에서 망령들과 함께 이히를 몰아세웠으나 댄버스를 파멸로 이끄는 것 또한 망령들임. 레베카의 비밀을 듣고 완전히 무너진 댄버스 곁에서 촛불을 건네고, 불타는 맨덜리에서 댄버스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으면서 레베카에 대한 댄버스의 집착을 보여줍니다.

 

 

뒷담화
독일판과 헝가리판에 있는 장면. 골프치면서 우린 신사들이라네, 하지만 가십을 좋아하지! 막심 뒷담화 하는 장면으로  왜있나 싶지만 가방 안의 불독인형이 귀엽고 앙상블이 재미있게 잘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년 떠났어
  피젤 벤의 첫등장. 이번 연출에는 머리가 생겼다 대머리가 아니라 다행이야 피젤! 

예전에 가늘고 긴 티발트 했던 모습으로 타 극단 싸하면서 힘들어요 다 힘들어요 여기서도 힘들지만 우리 극단가면 더 힘들겠죠 하길래 쭉정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는데 이야 정말 키크고 얇음. 
그리고 여기가 자체 인터 구간이라서 자막 종종 올려다 봤었는데 가사가 다른뎁쇼.

당신 지금 저런 말 안하고 있잖아 대체 뭘 영번역 한거야 부다페

공식 자막의 정확성에 의문을 품음. 

 

 

신이여

몹시 빡친 막심이 나오고 이히를 무섭게 몰아붙이는데 어린애 데리고 뭐하는 짓일까 지금 사랑스러운 이히가 겁먹고 도망쳤잖아 저런 쓰레기놈! 경멸과 불신으로 재밌게 볼 수 있던 곡이었음. 제성질 못죽이던 호모니 막심이 보트보관소 오르내리며 난간을 잡는데 나무난관이 눈에 보일 정도로 휘청거려서 부다페가 무대를 부실하게 만드는 걸까 아니면 배우들이 분조장 연기를 잘하는 것일까 좀 고민.

아 그리고 이 전에 벤이 이히와 대화하다가 막심 오는 거 보고 숨는데 예전엔 보트 보관소 위에서 불안한 것처럼 몸흔들어서 계속 시선이 벤에게 갔었는데 이번엔 계단 아래에서 얌전히 숨어있어서 아하 벤이 사건 진상 다 듣고 있구나 정도로만 넘어갈 수 있었음.


 

별빛 같은 한 사람
 자체 인터미션 곡! 프랭크가 막심을 사랑하는 것 같아.

 

 

가장무도회 / I'm an American Woman

펠러를 이곡을 끝으로 떠나보내야 한다니 부다페 미친놈들...못된놈들.... 울면서 봤던 곡. 이 무대의 주인공은 나야! 하던 펠러 호퍼와 아마 이히ver2 인 것처럼 어수룩한 모습으로 등장하던 반호퍼의 새 컴퍼니언. 서투른 모습으로 가장무도회를 즐기다가 마지막에 반 호퍼 앞에서 성조기 흔들고. 그리고 다들 들뜬 와중 무대 가장 왼쪽에서 무도회를 무심하게 지켜보고만 있는 맨덜리 최고령자 러더퍼드 부인.

이 장면도 그렇고, 잠시도 쉬지 않고 극을 진행시킨다는 느낌을 받았음. 노래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게 아니라 다른 한 편에선 또다른 인물의 시간이 흘러가지만 너무 과하지 않고. 배우의 역량에만 모든 걸 맡기지 않고 곡이 진행될 때도 연출을 통해 사소한 등장인물에게도 사연을 넣어서 관객은 그 인물의 삶을 잠시 엿볼 수는 있지만 메인스토리의 몰입을 방해할 만큼은 아니도록 만드는 완급조절이 좋았던 듯. 

 

 

오늘은 나의 세상
 클라리스와 웃으면서 드레스 수선하는 이히. 사랑스러움의 현신 그것은 스지 이히.. 클라리스와 함께 마주 앉아서 드레스를 스스로 바느질하며 입으로 실끊고. 아마 이 장면은 이히와 마찬가지로 신입으로 들어와 아무것도 모른 채 마님이 아니라 친구와 같이 있는 거 같다고 말하던 클라리스와  대저택 마님으로 들어왔는데도 여전히 직접 꿰맨 속옷입던 이히의 궁상맞던 원작을 살린 거 같은데... 스지 이히는 드레스도 직접 고치고 딱부러졌잖아 아무 문제 없지. 

 

 

1막 피날레
 이히가 파티드레스 입고 등장한 직후 분위기 싸해지는데 눈치없이 반 호퍼가 뭐라고 말한 거 같은데 뭐였을까 기억이 안나네... 이히에게 고함치며 쫓아낸 뒤 회전계단 난간에 기대서 패닉에 빠져있는 막심과 또다른 회전난간에 서서 막심을 내려다보던 댄버스. 호모니 막심은 댄버스를 올려다보며 이게 다 댄버스의 계략이고 자신은 패배했다는 걸 깨닫고. 쟈근 승리에 기뻐하지만 여전히 레베카를 잃은 슬픔을 보이던 댄버스와 함께 조명은 댄버스만을 비추며 1막 끝.

 

 

맴도는 이름, 레베카/레베카
 누가 우리 이히를 괴롭게 만들었대. 순진한 어린아이가 어쩔 줄 모르고 겁먹었다가 댄버스를 보고 따지나.. 가스라이팅 만렙찍은 댄버스는 이히를 몰아붙임. 그리고 거울 뒤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이히의 길을 막아서는 망령들. 특징이 없어서 지금은 기억은 안나는데 스지 이히 에구 잘 뛰네 그런 생각만 한 듯. 근데 사진 보니까 그냥 빡친 걸 참는 거 같기도.

건지면 임자

파벨이 지르는 곡인데 상당히 거칠게 움직이더라. 스지 이히 너무 안쓰럽게 도도도 막심찾아 뛰어다님. 그리고 그 주변을 떠도는 맨덜리의 망령들.

 

 

칼날같은 그 미소
2막 이후 막심의 첫 등장. 이번엔 얼마나 쓰레기 같은 모습을 보여줄까 팝콘잼 기대했는데 등장부터 보트보관소에서 코트 덮은 채 널부러져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레기다..! 인간쓰레기야...!!! 1막의 호모니 막심이 양심없는 개자식이라면 2막의 호모니 막심은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임. 이히에게 치대는 것도 막바지에 몰린 인간이 양심의 가책 전혀 느끼지 않고 내 잘못아냐 징징거림. 그리고 사족보행을 기대했는데 이히 옷자락 붙잡지도 못하고 철푸턱 쓰러짐ㅋㅋㅋㅋㅋㅋㅋㅋ 2층에서 봐서 항구 기둥 때문에 ㄴ-ㅇ 다리 든 모습으로 쓰러진 줄 알았으나 동행인이 그렇게 하찮게 쓰러지진 않고 아예 대자로 누웠다고 정정해줌. 이래서 관극은 다른사람이랑 같이 봐야 되는구나.   

 

 

 

이후 내가 사기결혼 당했구나 쓰러진 막심을 내려다보다가 무릎굽혀 막심의 볼을 쓰다듬는 이히. 사진은 실베스터 막심 때지만 스지 이히의 표정이 너무 좋으니 그냥 넣자.

막심은 너무 애절하게 키스하나 이히는 막심의 무너진 모습을 보고 지금이 권력역전의 기회란 걸 알고 있음. 모르겠다며 징징거리는 막심 얼굴 붙잡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말하자 '당신 눈 안에 있던 어린아이가 사라졌소' 하는 막심과 소녀같던 목소리톤 바꾸고 '이제 어린아이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표정 바꾸며 극 스토리를 성장서사로 틀어버림.

 

 

 

 

여자들만의 힘
 앞으로 어찌될지 걱정하던 베아트리체 앞에서 붉은 벨벳드레스를 입고 식탁에 앉는 이히. 지금까지의 촌스럽고 프릴달렸던 꽃무늬 원피스에서 벗어나 푸른 안개가 가득했던 맨덜리에 대항하는 것처럼 붉은 옷을 입음. 그리고 손짓 하나로 하인들을 부리며 베아트리체와 함께 사랑은 여자를 강하게 한다고 노래부름. 사랑이 아니라 권력이 강하게 만든 것 같은데. 아 그리고 여기 연출에선 하나둘씩 맨덜리의 여성 사용인들도 이히 주변으로 오더라. 맨덜리 처음왔을 때의 비협조적인 모습과 다르게 다들 힘내서 이 역경을 이겨내려함. 

사고는 쓰레기 막심이 치고 뒷처리는 이히랑 베아트리체가 하고 흑.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

각성 후 이히의 카리스마에 객석에 앉아있지만 무릎 부러질 뻔. 절도있는 손짓 한 번에 하인들 어디로 움직여야 할 지 지시하고, 팔 들어서 무대 뒷면의 벽올리면서 맨덜리의 저택에서 레베카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취향대로 바꿈. 벽면 거미줄 치우는 것처럼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퇴장하는 맨덜리의 망령들.

 

당황한 릴라 댄버스가 들어와서 노려봐도 뭐 어쩔 건데 무릎꼬고. 댄버스 눈 쳐다보며 레베카의 수첩과 박스 내던지고 댄버스가 그걸 주으려 하자 박스에 발 올려서 못줍게 만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댄버스와 싸우다가 빡쳐서 한 음 높게 고음지르는데 그 부분이 '이제 모든 게 달라질거야'

맨덜리 최약체 릴라 댄버스가 안쓰럽다고 생각되었던 장면도 여기인데, 너무 울상지으며 난초만은 안된다고 막아서는데 각성한 이히에게 자비따윈 없죠 댄버스 밀치고 난초 내동댕이침. 그리고 1막 영원한 생명에서 레베카의 흔적 중 하나인 난초 앞에서 무너졌지만 이히는 그 앞에 서서 쓰러진 댄버스와 난초를 바라봄.

 

 

공판
 미세스 드 윈터 이후 권력의 상징인 어깨뽕을 빼고 파벨과 함께 공판에 참석한 댄버스. 그리고 집행관이 지정해준 의자를 일부러 위치를 바꾸며 기싸움을 거는 막심이나 댁은 이미 이히의 개가 되었는데 애쓴다는 생각 뿐. 예전의 졸탄 막심이 공판 장면에서 난 전혀 잘못없고 여기 있다는 게 빡친 표정으로 있었다면 호모니 막심은 내가 여기 왜 있는지 알고있지만 죄책감 같은 건 막심 드 윈터에게 전혀 없다는 뻔뻔함.. 와중에 자기가 불리해지니까 고함지르다 사람 한 대 때릴 것처럼 움직임. 이히가 안쓰러졌으면 상해죄로 잡혀갔을 듯.

 


한 손이 다른 손을
 아르피 파벨은 악의로 행동하는 인물임. 그런데 계단 난간 뛰어 오르려다 실패해서 다른 계단으로 움직인 거 같은데.... 아르피가 부다페 평균 신장보다 작긴 하지만 그걸 이렇게... 
 증인으로 불러온 벤을 다그치는 파벨. 벤은 당황하다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했던 이히를 보고난 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거짓말을 함. 관객들은 신이여와 칼날같은 미소 때 막심의 지럴쑈 구석에 벤이 있는 걸 이미 봤음. 그래서 벤이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히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앎. 이래야 서스펜스 이름을 붙인 뮤지컬이지. 이히의 선의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한 셈이지만 막심은 빅엿이나 가져오고.. 

 

 

우린 어찌될까  / 완벽한 속임수
레베카의 임신 이야기에 울부짖으며 부정하는 스지 이히와 무너지는 막심. 그리고 이건 댄버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의자에 앉아 몸을 숙이며 절망하는 릴라 댄버스. 안그래도 멘탈이 약한 사람인데. 그리고 댄버스의 주변에 서서 앞으로 어찌 될까 수근대는 앙상블들. 이미 맨덜리 사람들은 이히의 편으로 돌아서고 댄버스에게 적대적임. 그리고 레베카의 사망원인에 대한 전화가 울리자 막심은 수척한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전화를 받으러 가고, 댄버스는 이미 무너져서 막심과 눈이 마주침. 둘 다 레베카에 의해 너무 지친 사람이고 어떻게든 끝을 내고 싶은 사람들임. 

 

 

레베카 리프라이즈

레베카의 암 소식을 듣고 막심은 퇴장하고, 댄버스는 그 자리에 남아서서 회전 계단 위, 촛불을 들고 있는 망령들을 넋이 나가 바라봄. 그리고 계단위에서 촛불을 넘겨 받고 울부짖음. 그 주변 맨덜리의 망령들은 계단에 쓰러져서 댄버스의 완전한 몰락을 보여주고. 릴라 댄버스의 가장 좋았던 부분이 레베카4인 듯. 슬픔에 무너진 사람을 잘 연기함. 그치만 3일날 광신도를 연기한 카타 댄버스가 너무 강렬해서 상대적으로 심심한 릴라 댄버스는 잘 기억안난 게 아쉬움.

 

 

밤의 저편/불타는 맨더리

호모니 막심 비록 쓰레기지만 불타는 맨덜리 때 이히 손은 잡고 가는구나.... 그냥 자기 갈길만 갔던 졸탄 막심은 얼마나 개새였던 걸까... 잠옷바람이 아닌 평상복으로 망령들과 함께 웃으며 타오르는 맨덜리를 즐기는 댄버스. 그리고 박스석에서 저거 연기 1층 끝까지 채운 거 같은데... 오케 아래까지 연기 찬 거 같은데 악보가 보일까.. 와중에 폭발이 사라지고 불맨 5초정도 짧게 끝나잖아 나약한 부다페! 야유하던 관객 → 이 사람은 다음날 불타는 맨덜리 4d체험을 하게 됩니다.

 

 

 

에필로그

1막의 승리에 찬 미소는 잘못본 것이 아니었다!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지금이지 후련한 얼굴의 이히와 이미 과거에 무너져내려 모든 걸 포기한 얼굴로 도살장 소 끌려가듯 이히의 손길에 끌려가는 막심. 그렇게 이히는 관객석을 바라보고 막심은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완전한 권력의 역전을 보여주며 이 극의 주인공은 이히라는 마무리로 끝남.

 

 



 커튼콜
 예전에 현지인 후기 중 '내 생에 가장 엉망인 발표도 박수가 1분이었어. 근데 다른 나라에서 뮤지컬 보고 왔는데 그날 레전드 공연이었는데 박수 20초 치고 끝나더라? 이게 말이 돼?!' 라는 글을 봤었는데 정말로 박자에 맞춰 15분간 계속 군대박수침.. 열과 성을 다해...심지어 오케 박자에 맞춰서 박자가 달라지는데 어떻게 다들 딱맞춰 박자 바꾸는 거지 놀라움.

 


 

 

 

 

1회차 첫 인상-관극 후

맨덜리 서열 : 스지 이히>>>>>> 호모니 막심 > 릴라 댄버스(맨덜리 최약체)

 

원작반영 : ★★★★

서스펜스 : ★★★

로맨스 : ★

권력싸움 : ★★★

한줄 감상 : 원작반영 관계역전의 카타르시스를 보고 싶다면 이 캐스팅을 보세요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