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뮤지컬

뮤지컬 모차르트! 줄거리로 보는 인물 캐릭터 분석 (1) - 레오폴트,난넬과 발트슈테텐

헝뮤아카이브 2023. 5. 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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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글 뮤지컬 모차르트! 줄거리로 보는 어쩌고에 이어서. 그런데 현생 좀 살다가 왕눈 좀 기다리고 하다 보니까 뭐 쓰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망했다! 몇 개월 전 기록 찾아보니 'vbw뮤 다루는 박논 찾았다 만세 부다페 언급도 6번이나 있네 330쪽 중에 6번이라니 도움 안된다 망했어' 로판 웹툰 단추 세는 광인처럼 이런 글만 남겼고. 하지만 정말 옆동네엔 이런 것도 했대요 극장명만 언급 되어서 실망했단 말이에요.
 
여튼 이번에도 헝가리에서 올린 버전의 뮤지컬 모차르트! 소개하기 위해 뭐라도 짜내려는 글. 제목은 서치용 어그로입니다.
진짜 내용은 꾸준히 헝모차만 얘기하는 글.
 


1. 모차르트 - 볼프강과 아마데의 분열 
 

이건 빈판 사진이라네

 
극작가 쿤체는 본인의 뮤지컬이 본질적으로 성장, 해방, 인생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해석보다는 친밀함을 곁들여선, <모차르트!>에선 오스트리아의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고정관념을 비틀어서 살아있는 인간 모차르트를 보여주려고 했거든요. 

90년대에 제작한 <엘리자벳>과 <모차르트!> 모두 프롤로그의 무덤 너머에서 과거가 귀환합니다. 과거는 영원히 살아있으며, 현재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이건 이후 나온 <레베카>와 <베토벤>도 같은 주제긴 한데... 마리앙은 안봤으니 패쓰하고. 여튼 <엘리자벳>에선 시대를 앞선 자아와 개성이 외로움으로 이어진다면, <모차르트!>에선 천재의 재능을 위해 인간성이 희생되는 장면들을 넣어 미묘하게 비뚤어진 삶의 진실들을 보여줍니다.

르베이 왈, 하리 쿠퍼 연출의 <모차르트!>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했...뭬라? 믿기지 않아 코 후비는 중. 여튼 쿠퍼가 코미셰 오퍼 창립했던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호오 흥미로운 tmi.
게다가 <모차르트!>가 올라왔던 테아터 안 데어 빈은 쉬카네더가 지은 곳이라 어떤 상징성도 있었고.
 

 
극 제목에 느낌표가 붙은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모차르트가 죽은 뒤 모든 인물들이 등장하는 곡이  'Mozart! Mozart!' 인 것처럼.(헝가리판만 그럼. 다른 곳들은 죽기 직전 나옴) 요절한 천재의 이름을 위협적이면서도 기대로 가득찬 명령형으로 외치는 게 현대의 우상화를 비꼬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어디서는 천재성 이면의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는 내용도 본 것 같긴 한데.
근데 이런 냉소적인 시선도... 빈 초연이 그로테스크 하면서도 키치한 느낌으로 우상화를 깠다면, 15년 빈판에선 그런 분위기는 많이 사라져서...
뭐 여러 이유가 있겠죠. 적어도 이젠 유튜브에다 느낌표 넣어서 검색하면 반짝반짝 작은 별은 안나오잖아.

 
 


모차르트란 인물은 아마데와 볼프강의 분열이자 모순입니다. 아마데는 인간 모차르트의 해방이자 족쇄이고요. 그의 재능 덕분에 볼프강은 독립 예술가라는 기회를 얻으나, 동시에 귀족의 지원 아래에서 재능에 의존하여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마데 뿐 아니라 그 외에도 아버지와의 관계, 시대의 규범 - 도덕 뿐 아니라 음악 형식에도 벗어날 수 없고요.
 
 

모차르트가 빈에서 살던 Elefantenhaus

 
사실 실존인물 모차르트는 그 시대의 음악 스타일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당시 정형화된 스타일에서 개인의 재능을 녹여내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시대의 음악 유행을 완벽하게 이해한 천재 작곡가였으나, 스스로도 음악가라는 삶으로부터 자신을 해방하긴 어려운 시대였고.
게다가 음악가로서의 소망은..귀족들의 후원에서 벗어나 장르적으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대인들 모두에게 인기있을 오페라를 작곡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유럽에선 귀족들을 통해 오페라를 상연할 수 있었기에 독립을 원했고.

상업에서 벗어나 진정한 례술을 하겠다! 이건 옆동네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  쟤가 독일어 오페라를 만든대 푸헹 사람들이 비웃던 장면과 이어집니다. 근데 저도 모촤 삶은 정확히 모르고. 실존인물 전기에서 나왔다고 하길래 적은 거라 그러려니 넘기길.
 
 


여튼  연출 재량에 따라 아마데 느낌이 달라져서. 잘못 하면 저 꼬맹이는 왜 모차 따라다닌데? 하지만 귀엽네! 이렇게 끝날 수 있고. 그런데 <모차르트!> 이후 예술가에게 써! 쓰란 말이다! 하는 극이 늘어나서.. 이젠 다들 아 쟨 또 무언가의 관념이군 그렇게 넘기는 거 같더라고요.  
 
대다수의 공연에선 1막에서 볼프강이 아마데에게 찔린 뒤, 2막에선 볼프강이 본인을 얽매던 사회의 무게에 벗어나도 여전히 아마데가 그의 목을 조르고 있단 걸 보여주면서 비극적인 숙명을 예견하는 거 같던데...
헝가리에선 아마데의 역할이 많이 달라집니다. 진작  볼프강은 스스로의 어린시절, 천재성과 타협했거든요. 이전 글에 언급한 헝가리 공식 플북 설명글처럼(결코 해방되지 못할, 어린 시절과 똑닮은 내부의 자아 '아마데'를 발견한 모차르트는 놀라워한다.) 초반의 볼프강과 아마데는 서로의 거울상입니다.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추며 볼프강은 늘 아마데를 품에 안고 어디든 데려가려고 하나, 아마데를 왜 데려가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습니다. 둘은 이미 운명공동체라서요.
 


그러나 사이좋아 보이던 헝가리판의 볼프강과 아마데가 처음으로 같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건 1막에 중반 어머니의 죽음 이후 나오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입니다. '얼마나 잔인한 인생'이 아니라 내운피가 나오길래 눈 튀어나오고...
헝판 제목 직역하면 '그림자의 노래' 인데. 당시에 그림자árny의 헝가리어 어원이 영혼, 환영인 걸 보고. 노린 거겠지 변태들! 외침.

 
헝가리에서 올렸던 모차르트! 는 똑같이 할 수 있음에도 지들 맘대로 다 고친다는 사실을 이 당시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가사가 독판과 많이 다릅니다. 첫 가사를 직역하면  '보이지 않는 공포는 그 부모를 잃고, 어른의 삶이라는 형벌을 받네.' 로 시작되니 뭐 죄다 달라?? 외쳤는데.
독판의 <모차르트!>는 쉐퍼의 아마데우스에 조금 더 가까우나, 이쪽은 성인이라는 자각은 있습니다. 그런데 헝가리판의 볼프강은 어른이 되어 아마데를 지운 게 아닌, 어린시절의 추억이 성인이 된 볼프강을 죽여버린 것에 가깝습니다.

 
볼프강은 아마데가 곧 자신이라고 믿었으나,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아마데는 그와 달리 애도하지 않고 작곡을 계속 하며 그에게 악보를 건넵니다. 치료비를 벌기 위해 어머니를 간병하는데 소홀한 순간 돌아가시자, 볼프강의 분노는 지금까지 믿었던 자신의 재능 = 아마데를 향합니다.
 
볼프강은 본인이 아마데와 똑같을 수 없다는 걸 여기서 자각합니다. 헝가리버전에선 여기에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넣으면서 자신의 재능이 곧 삶을 빼앗을 거라는 운명을 보여주면서요. 아마데가 썼던 악보를 구겨 내팽겨치고, 붉은 코트를 벗겨 내팽겨치나 하나...아니 왜 애 옷을 뺏어 애 찹게... 아마데는 거기에 저항합니다. 그런 둘을 가로막는 목소리들은 난넬, 베버 가족 등 볼프강이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의 형상으로 나타나 볼프강의 도주를 막으며 그의 두려움을 더욱 키웁니다. 앞으로의 인생에서의 충돌은 개개인의 갈등이 아닌, 초차원적인 충돌임을 암시하면서요.

 
모차르트
그리고 자유로워져도, 그 그림자를 결코 넘어설 수 없다면?
인간을 넘어서기 위해,
바닥에 쳐박혀 (과거의 영광과 재능에) 조아려야 한다면?
 
여기서 내운피의 그림자들은 지독한데요. 볼프강이 질문은 있는데 답변은 없다고 하니까 양아치처럼 되묻습니다.
 
모차르트
 "어떻게 내 그림자에서 벗어나나?
어떻게 과거에 안녕을 고하나?"

(목소리들)
"어떻게 네가 그림자에서 벗어나겠나
어떻게 네가 과거와 안녕을 고하겠나
어떻게 네가 양심의 부름을 짓누르겠나
그것에 대해 질문을 던져도 자신이 의심스럽다면?
그리고 네 그림자를 결코 넘어설 수 없다면
어떻게 네가 자유로워지나?

네 운명에 저항해 무얼 할 수 있겠나
네 영광을 찢고 어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겠나
 

답변없는 질문을 다시 던지면서 지금까지 볼프강이 답을 바라고 있는 질문들, 단정적으로 했던 말들, 그림자가 날 쫓으며 나는 공포에 질리네 이런 것조차 양애취처럼 다시 되물어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목소리들은 볼프강을 외면하고 오직 아마데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끝나며 모차르트의 재능만이 남게 되는 미래를 보여줍니다.

 

플라잉 모차르트


 이렇게 순서 다 뜯어고쳐서 1막 중반에 내운피가 나왔는데 1막 마지막엔 뭐가 나오냐면.. 내운피 rep이 나옵니다. 피날레에 새 곡을 쓸 순 없으니!
대신 짧게 끝나는데, 볼프강이 스스로 팔 걷어서 아마데에게 헌혈하거든요. 그러면서 볼프강의 무덤이 될 원반에 묶이면서, 플라잉모촤하다가 무덤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사라지고 무대 위엔 아마데만 남게 되고. 이 장면은 2막에서도 이어집니다.

tmi지만 이 직전 장면인 '난 빈으로 가겠어'는 헝가리에선 사우나송으로 불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 이유는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개인적으론 헝가리판에선 1막보다 2막을 더 좋아하는데요. 1막에선 초반부에 아마데우스에서 영향받았는지 섹슈얼한 농담도 있어서 으...구려...성인지 감수성 후졌던 시대....하는 지점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1막은 희극, 2막은 비극! 외치는 헝가리판 연출 특성상(ex.헝롬쥴) 1막에선 본인의 해방을 외쳤던 볼프강이 2막은 쭈욱 브레이크없이 파멸로 달려갑니다.
 
2막에선 잘츠부르크에서 벗어나, 볼프강은 스스로의 두려움을 억누르려고 결혼-친구-궁궐의 콘서트 등 빈의 정상적인 주류사회에 편입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믿었던 주변인물들은 모두들 그의 인생을 망치려는 것처럼 나타납니다.
그동안 아마데는.. 자유! 외치며 나다니는 볼프강의 행보를 못마땅하나 본체는 볼프강이니까 그러려니 방치합니다. 예로 헝가리판에선 콘스탄체와의 결혼에서 아마데는 볼프강의 주접을 들어주며 그러던지 말던지 악보만 계속 쓰고요.
 
 


이건 추측이긴 한데, 헝가리의 아마데 연출은 독일어권과 다르게 보여줘서... 여기저기 다른 나라 연출에도 영향을 준 것 같더라고요. 예로 뭐하다 모촤 라센 인터뷰를 읽었는데... 모차 5연 연출 맡았던 코이케(=아시아권에 엘리 처음으로 가져온 일본 연출가)가 '아마데를 모차르트의 순수한 영혼, 영혼의 동반자로 바라보려 했다.' 말한 거 듣고 생각한 게, 이거 헝판과 비슷하게 간다는 거 아녀...? 근데 라센 노선에선 안맞을텐데..? 했었는디 그 후 제일 호불호 갈렸다는 얘기 듣고 아하.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인간 당시 5연 모차 무대 특징을 계단과 조명이라 했는데. 아니 이거 다카라즈카쪽 대계단이랑 조명방식 가져왔잖아요 걍 지가 평소 하던 거 그대로 했잖아 보고 경악.
사실 라센 모차도 10년 넘게 올려서 히스토리가 꽤나 쌓였고, 연출가나 무대가 매 해마다 달라져 얘기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나.... 방향성 헤매던 기간이 꽤 길어보여서 하고픈 얘기 잡기가 힘들 듯...마치 올해 올렸던 초연 베토벤처럼.... 시즌2 소식에 오 저런.....뭔가 익숙한 기억... 모차의 플래시백... 싶었으니.
 
 
 
 
2. 모차르트의 가족 관계 
 

 
볼프강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그림자가 아마데라면, 그가 어른으로서 성장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 때문입니다. 그는 아들을 본인의 또다른 재능이라 생각하는 강압적인 인물이거든요. 본인 나름대로는 궁정과 귀족에 치이는 예술가 가족의 삶이라는 고충도 있었겠지만. 그래서 아들에게 겸손한 행실을 지니며 작곡에만 매진하는 예술가로 자라도록 교육시켰으나. 의도대로 잘 크면 노잼 무명의 예술가 레오폴트ver2가 되었겠죠. 
 
초창기 모차르트!에선 애가 열이 있는데도 연주회 계속 시키는 개비로 나왔지만, 리뉴얼된 빈판에선 황후 무릎에 뛰어들던 아들내미를 말리는 애비로 나옵니다. 아무래도 아동학대니까. 독어권에선 초연과 리뉴얼 빈판 모두 연기 잘하는 배우인 베른하르트가 맡아서 오 애비지만 동정할 지점은 보여주는구나 했는데.... 헝가리는 노선이 다르더라고요.
레오폴트 본체 = 루케니 = 롬쥴 수사님 이렇게 익숙한 분으로 봐서 그런지. 연기잘하시는 분이라 레오폴트 땐 아예 이놈 아부지 아님. 애비임ㅇㅇ 동정을 가질 여지를 빼고 연기해서. 다 커버려서 이제 통제 불가능한 아들에게 개소리를 장황하게 말하며 '성경에 나와있어'라면서 권위로 대합니다.
 
레오폴트
(파리로 떠나는 볼프강에게 충고하며)
신께서 아이에게 위대한 재능을 주셨다면,
그 재능은 신과 부모에게 영광을 돌릴 때 써야 한다.
..성서에 나와있어. 
 
 
그가 아들을 떠나는 이유도 빈판과 다릅니다. 멱살을 붙잡으며 항의하는 성인이 된 아들에게 겁을 먹고 떠나는 것처럼 보여지거든요. 아들의 방종한 모습 때문에 떠나는 게 아니라, 그의 아들이 통제할 수 없고 이해불가능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도망칩니다.
그래서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에서 볼프강이 자긴 여전히 자신이라고 외치며 붉은 코트를 포함한 모든 옷을 벗으며 아마데가 아닌, 나체의 모습으로 거울에 비치는 성인이 된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거고....라는 이유로 스트립쇼를..그렇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요!
 

 
인간 볼프강이 내면의 그림자인 아마데에게 벗어날 수 없다면, 성인이 된 볼프강은 아버지에게 여전히 묶여있습니다. 2막에서 볼프강에게 발작이 일어난 원인 모두 레오폴트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고요. 그래서 모차르트가 작곡한 음악이 나오는 장면은 볼프강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 사용하는 거 보고 오? 싶었는데요.
 
첫번째는 레퀴엠에 나오는 분노의날(dies irae).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rep' 뒤에 나오는 '혼란'은, 아버지의 죽음 뒤에 나오는 장면입.. 아 영상 썸네일 제목 잘못넣었네.. 수정해야... 진짜..나라마다 정말 곡 순서가 다 바뀌어서....
 

모차르트
어째서지? 목적이 뭐지?
난 이해할 수 없어!
난 내가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어
어째서 끝까지 나 자신의 길을 걸어야하는지,
그 끝에 내 심장이 부서지는 걸 알면서도
(..)
작은 빛에 기뻐해야하나,
악몽 속에 잠식하면서도?
 
목소리들
어리석은 꼬마
나약한 인간
이 얼마나 게으르고, 보잘 것 없고,
약하고, 글러먹은 아이인가!

 
 
아버지의 죽음을 들은 이후 볼프강은 착란증세를 보입니다. 그리고 그의 뒤로 모차르트의 무덤이 될 반구와 혼령들이 등장하며 분노의 날에 맞춰 그를 비난합니다. 빈판에선 마치 아버지가 꾸짖는 것처럼 볼프강의 게으름, 천박함을 꼬집었는데요. 헝가리판에선 목소리들이 볼프강을 다 자란 어른으로 보지 않고, 여전히 아이라고 말하길래 호오 노선 확실하네 싶었는데. 참고로 해당 장면에선 아마데가 펄쩍펄쩍 뛰는 것처럼 보이나, 저 끄트머리에서 볼프강이 박자에 맞춰 아마데가 쏜 장풍맞고 바닥 구르며 괴로워하는 중.
 

이후 모차르트 뒤늦은 사춘기를 겪습니다. 대주교에게 이제 더이상 나에게 명령내릴 사람은 없다고 선빵치거나. 1789년의 프랑스 혁명 이후 빈의 그라벤 거리에서 혼란을 진정시키려고 '황제는 국민의 아버지이다' 하는 남작에게 '성인이 된 자는 아버지가 필요하지 않다' 라면서 말싸움 하거나.
드디어 볼프강이 독립예술가로 활동하려고 하나 2막 엔딩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그리고 헝가리판에선 여기에 혁명 장면 더 넣어 등장시간이 짧아졌거든요. 볼프강의 자유는 어른의 사정 상 금방 끝납니다.
 
 
 

두번째는 모차르트 사망 직전 나오는 오페라 마술피리 메들리. 대부분의 연출에선 과로로 볼프강은 죽어가고, 아마데 홀로 작곡하고 있습니다만... 헝가리 연출에선 그렇게 하면 캐붕이라 여기는지... 볼프강은 아프긴 하나 여전히 아마데와 함께 작곡합니다. 사실 어느순간부터 볼프강의 병은 심리적인 질병처럼 보여지고 있는 거 같지만. 실패했다는 패배감과, 아버지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은 갈등, 자신을 위해 미래를 희생한 누나와, 일 때문에 콘스탄체와 가족을 돌보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요.
그러다 메들리 마지막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의 가사 '그러면 넌 더이상 내 딸이 아니리라' 가 나오자 아마데를 끌어안습니다. 마치 아이를 향한 부모의 일반적인 분노에 아마데와 볼프강 둘을 투영하면서요. 그리고 그 둘은 가면을 쓴 레오폴트의 혼령과 마주하며 죽음을 직감합니다.
  
이후 장면은 헝가리판에선 모차르트의 죽음 -> 모차르트!모차르트! 순서가 바뀌어서. 엔딩 장면은 이전 글 참조. 
 
 
 


그리고 헝가리판의 난넬은 제 최애 배우인 Janza Kata...처음에 카타가 난넬? 발트슈타텐이 아니라? 당황했는데 '모차르트 아가씨' 듣고 아 그치 지금 시장에서 아르코의 목을 벨 패기인데. '황금별'이 적장의 목을 잘라 황금별이 잘보이는 성문 앞에 걸자는 곡은 아니잖아 이해 완료ㅇㅇ!
물론 이건 주접이고 2015년 쯔음엔 발트슈타텐 했습니다.  
 
 


난넬 모차르트는 어렸을 적 가족들과 함께 했던 음악 여행을 잊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동생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집안 사정과 맞물려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할 돈도 없는 현실에 부딪힙니다. 2막 '왕자는 떠났네'에서 오, 싶었던 연출이 1막의 거울장면과 이어지는 장면이었는데요. 볼프강에겐 마주볼 수 있는 아마데, 어린시절의 재능이 있었으나 난넬에게 거울에 비치는 건 오직 그 자신이자, 마주할 사람이 없이 외로운 상황을 보여줘서 안타깝더라고요. 

 
 
 

3. 18세기 봉건사회로부터의 유예 -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은 실존인물입니다. 아마 쿤체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주로 대화를 나누는 장소가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의 응접실에서 대화를 나눴던 것에서 따온 것 같은데.
'황금별'로 유명한 이 분은 극 중에서 모차르트의 멘토이면서 신이 보낸 가상의 사절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마데의 편이지 볼프강의 편은 아닙니다.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빛나는 밤의 황금색 하늘은
네가 찾을 수 있도록 별들을 흩뿌리지
(..)
삶은 전쟁이야, 그걸 느끼고 누리렴
그 별들은 네 보물로 변할 거야
수많은 위험 앞에 물러서지 않는다면
 
레오폴트를 설득하기 위해 한 동화를 얘기하나, 삶은 전쟁이니 가서 싸우다 디져도 그건 니 운명ㅇㅇ 듣고 보면 묘하게 비정한 말을 합니다. 헝가리판에선 황금별rep에서 노시발 킵고잉 애를 사지로 몰면서 비정하게 보이는 장면이 추가되었는데요. 다른 나라 연출들은 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일단은 멘탈 케어용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헝가리에선 애 멘탈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오네...생각해보니 진짜 못됐다....
 

근데 가사를 떼고 보면 여기 황금별 연출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성벽 밖으로 나간다면 에 맞춰 뒤에 있던 벽이 올라가며 모차르트 마주할 영광-앞으로 그가 작곡할 오페라의 인물들을 보여주거든요.
마술피리(파파게노-파파게나) / 후궁탈주 / 피가로의 결혼 / 돈지오반니 / 바스티앙과 바스티엔 / 티토황제의 자비 인 거 같은데.. 연출이 오페라 연출에도 짬빠 있던 사람이라.. 그리고 볼프강은 오페라 등장인물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아마데에게 먼저 손을 뻗으며, 그의 재능과 함께 세상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해서 아이고..저런...싶습니다.
 
 

 
왜냐하면 헝가리 모차르트에선 황금별rep이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옷 죄다 던지면서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장면 직후 나오거든요. 좌절한 그에게 코트를 입혀주면서 '강해지는 것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용감한 예술가가 되어야 자유로워 질 수 있다' 계속 가라고 등 떠미는데. 발트슈테텐은 모차르트의 재능에만 관심있지, 볼프강의 삶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아마데를 대변하는 신의 사자처럼요.
그런데 헝가리판에선 흥미롭게 이런 지적을 살리에리가 던집니다.  
 
 

헝가리판에선 살리에리의 비중이 늘어나며 추가곡도 있습니다. 여기는 빈rep 격인 '오만한 어릿광대'인데요. 모차르트의 재능이 얼마나 놀랍던간에, 귀족들에게 그는 여전히 음악하는 어릿광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볼프강의 사생활이 그리 깨끗한 편도 아니라 그들에겐 흥미로운 가십거리고요.
발트슈테텐은 '그는 백 명의 위선자들보다 더 가치가 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는 인간이지' 라고 하지만, 귀족과 예술가로서 선을 긋는 발트슈테텐에게 살리에리는 이렇게 묻습니다. '남작부인은 모차르트를 아끼는 게 맞습니까?' 
 
그런데 코트 값 때문에 모차르트 따라다니는 재단사 이름이 헝가리 이름인 거 보고 이것 때문에 rep넣은 거 아냐..? 의심을 지울 순 없지만... 여튼 발트슈테텐은 모차르트를 지지하는 편이긴 하나, 모차르트가 돈빌려달라는 얘기엔 성인이니 스스로 하라며 선을 긋습니다.
모든 귀족들이 그를 외면할 때, 프리메이슨이자 프롤로그에서 모차 두개골 찾던 메스머 박사만 그를 도와주고요. 이는 곧 모차르트가 귀족사회와 멀어지며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프리메이슨 단체와 친해지는 계기이자 (헝가리판에선) 2막에서만 등장하는 쉬카네더와 프랑스혁명에 관해 논쟁하게 되고요.
 
 


 
콜로레도와 다른 인물들도 적어보려 했으나 너무 길어서 일단 끊기. 콜로레도를 최애 배우가 맡아서 더 길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여튼 뮤지컬 <모차르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극장에서 가장 많이 바꾼 극 중 하나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얘기가 분명해서. 극 중 암시와 상징으로 가득차서 친절한 연출을 좋아하면 취향일 거예요. 
 
 
마지막은 뭐 얘기하지 아 그래 예전에 부다페스트의 야외콘서트(브웨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브웨극 올리는 곳도 아닌데.. 이름은 브로드웨이 콘서트였음)에서 했던 사진 좀 보고 가세요. 이 때 컨셉은 역할체인지였는지 난넬 배우가 레오폴트 분장하고 모차르트 배우가 누나 옷 입고 등장해서 '왕자는 떠났네' 부르던 환장의 콘서트.
엘리 6형제 콘서트(자막영상)과 같은 시기에 했던 콘 맞습니다. 입덕 일주일 뒤 이런 걸 마주하니.. 오 여기...이상한 곳이네...(저장) 그렇게 빠져들면 안됐었는데...
하지만 영상도 같이 티스토리에 기록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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